완연한 봄, 가을과 겨울 사이. 한겨울 점퍼 안에도 그가 있었다. 환절기 국민 겉옷부터 12월 정갈한 윗도리까지, ‘카디건’의 바다 같은 활용도는 취향을 넘어, 본의(衣) 없는 옷장을 어딘가 건조하고 의아한 곳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특유의 포근한 감성. 나의 카디건 연대기 첫 장은 학창 시절부터다. 주변 교복 대부분이 와이셔츠에 조끼일 때, 몇몇 신생 학교들은 베스트 대신 카디건을 택했다. 고급스러운 브라운 톤에서는 성적과는 별개로 인텔리 기운이 느껴졌다. 소년, 소녀다우면서도 차분하고 어른스럽다니. 부러움이 애정으로 변하는데 필요한 건 오직 순간이더라.
바야흐로 2023년, 강산은 변했고 내 사랑은 유효하다. 여전히 카디건을 즐겨 입지만 소비 기준만큼은 확연히 달라졌다. 브랜드 네임 혹은 할인율을 최우선으로 여겼었다면, 지금은 ‘잘’ 입을 옷에 카드를 꺼낸다. 수더분하지만 비밀 하나쯤은 있는, 어떤 아이템과도 무리 없이 섞여 고민 없이 손이 가는 그런 옷에.
[MISTERCHILD] 미스티 플라워 집업 가디건 그레이
1. 탄탄한 질감과 부드러운 착용감
2. 여러 연출이 가능한 디자인과 실루엣
3. YKK사의 2-WAY 지퍼
겨울이 좋다. 추위야 반갑지만, 옷은 고민되더라. 모든 브랜드가 앞다퉈 혜택을 뱉어대는 11월, 나의 우선순위는 역시나 실용성이다. “1년에 몇 번이나 입을 수 있냐고.” 겉과 속에 두루두루 활용 가능한, 적절한 포인트를 가진 카디건을 찾아 온 동네(플랫폼)를 들쑤셨다. 처음에는 꽃이 보였다. 뒤이어 양방향 지퍼가 눈에 들어왔다. “겨울에도 실내는 더우니까.” “봄에 자주 입겠네.” 꽃을 사듯 카디건을 샀다. 곧 들이닥칠 혹한, 머지않을 새봄까지 기대하면서.